11월의 시

11월의 시
-이 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을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은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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