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이
-김 준영-
황량한 땅에 꽃씨를 뿌리자고
내 소매를 잡아끄는 고운 마음을
하얀 종이 위에 무엇으로 그릴까?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여
메아리도 어지러운데
난 아직도 방향을 몰라
큰 소리로 다시 날 불러달라고 졸라본다
한 허리 돌아 또 돌아
몇 겹을 돌다보니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길을 일러주는구나
하얀 종이에 징검다리 그려 놓고
별도 그리고
달도 그리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향기로운 꽃을 가꾸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그 다리를 건넌다
내 소매를 잡아끌던
고운 마음 따라
내일은 무엇을 그려
하얀 종이를 채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