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다이아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이아나 루먼스-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으로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일은 덜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을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을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많이 타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많이 뛰어다니고 별들을 더 오래 바라보리라.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어머니의 언더라인-박목월

“어머니의 언더라인”

-박목월-

유품(遺品)으로는 그것뿐이다.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가난과 인내와 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
파주의 잔디를 덮고 잠드셨다.

오늘은 가배절(嘉俳節)
흐르는 달빛에 산천이 젖었는데

이 세상에 남기신 어머니의 유품은
그것뿐이다.

가죽으로 장정된
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말씀의 책
어머니가 그으신 붉은 언더라인은

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은 이순(耳順)의 아들을 깨우치고
당신을 통하여 지고하신 분을 뵙게 한다.

동양의 깊은 달밤에 더듬거리며 읽는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
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 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 어머니의 기도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