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오면

4월이 오면
-권 영상-

4월이 오면
마른 들판을
파랗게 색칠하는 보리처럼
나도 좀 달라져야지

솜사탕처럼 벙그는
살구꽃같이
나도 좀 꿈에 젖어
부풀어 봐야지

봄비 내린 뒷날
개울을 마구 달리는
힘찬 개울물처럼
나도 좀 앞을 향해 달려 봐야지

오, 4월이 오면
좀 산뜻해져야지
참나무 가지에 새로 돋는 속잎같이

시편 120편

시편 120편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내가 환난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내게 응답하셨도다
여호와여 거짓된 입술과 속이는 혀에서 내 생명을 건져 주소서
너 속이는 혀여 무엇을 네게 주며 무엇을 네게 더할꼬
장사의 날카로운 화살과 로뎀 나무 숯불이리로다
메섹에 머물며 게달의 장막 중에 머무는 것이 내게 화로다
내가 화평을 미워하는 자들과 함께 오래 거주하였도다
나는 화평을 원할지라도 내가 말할 때에 그들은 싸우려 하는도다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눈으로
-진 영정-

새로운 눈으로 밝아오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어제보다 밝은 오늘을
오늘보다 더 밝아질 내일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새로운 눈으로 피묻은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주님이 지신 십자가
미련함이 아닌 마귀의 허를 찌르는 주님의 지혜로
새롭게 바라봅니다

새로운 눈으로 십자가 위의 주님을 바라봅니다
고통의 절규 속에서
무능함이 아닌 주님이 나에게 주신 사랑의 능력으로
새롭게 바라봅니다

새로운 눈으로 영원한 집을 바라봅니다
나를 위해 예비하신
이 땅에서 무너질 집이 아닌 하늘에서 빛날 영원한 거처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새로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당신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하보다 소중한 하나님 형상으로
당신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하얀 종이

하얀 종이
-김 준영-

황량한 땅에 꽃씨를 뿌리자고
내 소매를 잡아끄는 고운 마음을
하얀 종이 위에 무엇으로 그릴까?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여
메아리도 어지러운데
난 아직도 방향을 몰라
큰 소리로 다시 날 불러달라고 졸라본다

한 허리 돌아 또 돌아
몇 겹을 돌다보니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길을 일러주는구나

하얀 종이에 징검다리 그려 놓고
별도 그리고
달도 그리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향기로운 꽃을 가꾸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그 다리를 건넌다

내 소매를 잡아끌던
고운 마음 따라
내일은 무엇을 그려
하얀 종이를 채울까

파도

파도
-김 준영-

아득히 먼
바다 끝 자락에
잔잔한 아픔이 일렁인다

수없이 만났다 흩어지고
헤어져 다시 만나고
어둠을 타고
밝은 빛을 향해
산만큼 자란 네가
오고 있구나

지친 몸 가눌 길 없어
몸부림치며
하늘 향해 울부짖다
바위에 내동댕이쳐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여

진한 물보라
석양 빛에 아리도록 고운 너의 자태가
용서와 사랑으로
화해와 평화로
나의 온몸을 적신다

항아리

항아리
-김 준영-

항아리는
부엌에 옹기종기 앉아
마냥 정겹다

뚜껑 열어 저녁거리 쌀을 퍼내고
살며시 다시 덮는다
투박한 질그릇 부딪는 소리에
수억 만리 고향집이 살아나는구나

어머니 숨소리가 들린다
무쇠 솥에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구수한 밥 냄새가 난다
보글보글 뚝배기에선 된장이 끓고 있구나

찡한 그리움에 가슴 저리고
고향 소리가 듣고 싶어
나는 항아리 뚜껑 자꾸 여닫는다

이처럼 그리운 날은 그리움도 담고
꿈도 담고
고달픈 나날도 항아리에 담아보자

봄 길

봄 길
-정 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는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나무의 기도

나무들의 기도
-용 해원-

폭풍우가 몰아치고
견딜 수 없이 흔들릴 때에도
생명력 있게 자라게 하소서

앞뒤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에서도
곧게 곧게 자라게 하소서

해 진 후 어둠 속에서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순간에도
대지 깊이 뿌리 내리고
물기를 빨아들여 촉촉이 젖게 하소서

초록이 빛날 아침을 기다리며
생명력이 넘치게 하소서
고통은 축복의 과정임을 알게 하시고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게 하소서

오직 한마음으로 자라나게 하소서
꽃 피고 열매 맺는 날을 위하여
견디게 하소서

기다림을 배우게 하소서
꽃 피고 열매 맺는 그 날
기쁨으로 활짝 웃으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