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는 말-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이 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 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내가 가끔 조용히 찾아가게 되는 그대여-Walt Whitman

내가 가끔 조용히 찾아가게 되는 그대여
-Walt Whitman-

그대와 함께 있고자,
내가 가끔 조용히 그대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 그대여,
내가 그대 옆을 지나가거나,
가까이 앉았거나,
함께 같은 방안에 있을 때,
그대는 모르리라.

그대 때문에.
내 마음 속에 흔들리는 미묘한 감동적인 불꽃을.

서시- 윤동주

서시
-윤 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봄길-정호승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르는 부끄럼 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